[20년 차의 베트남 문화 이야기] 베트남 제사상에 초코파이가? (feat. 신따이, 옹디아)

베트남문화

안녕하세요, 베트남의 생생한 일상과 재미있는 문화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안쵸이(Anh Choi)입니다.

베트남 거리를 걷다 보면 어디에서든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고급 레스토랑부터 작은 동네 슈퍼, 회사 사무실, 심지어 평범한 가정집 거실까지. 출입문 근처 바닥을 자세히 보면 작은 제단 하나가 놓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신따이(Thần Tài, 재물신)와 옹디아(Ông Địa, 토지신)를 함께 모시는 제단입니다.

베트남의 조상 제단은 보통 집 안의 높고 깨끗한 곳에 모십니다. 그런데 신따이와 옹디아의 제단은 반대로 바닥 가까이에 두고 출입문 쪽을 바라보게 합니다.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는 마치 중국처럼 골목 안 크고 작은 집마다 출입문 바닥에 작은 제단이 놓여 있는 광경을 보고 무척 신기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나도 처음에는 이것이 장사를 하는 사람들만의 전유물일 거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것은 오해였습니다. 지금은 현지 직원들도 이를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여깁니다. 실제로 베트남 현지 회사나 파트너의 사무실로 미팅을 가보면 출입문 한쪽에 어김없이 이 신따이·옹디아 제단이 마련되어 있는 것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평범한 가정에서도 이 작은 제단을 정성스럽게 관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집과 땅이 평안해야 가족이 편안하고, 그래야 가족들의 일과 사업도 순조롭게 풀린다는 생각이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1. 포근한 토지신과 인자한 재물신의 단짝 콤비

신따이와 옹디아는 보통 하나의 제단에 나란히 모셔져 있습니다. 두 신의 얼굴과 역할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차이가 있습니다.

신따이-옹디아
베트남 직원 가정에 마련되어 있는 신따이·옹디아 제단

🔹 옹디아(Ông Địa, 토지신 / 왼쪽)

푸근하게 웃는 얼굴에 볼록 나온 배, 손에는 부채를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집과 땅을 지켜주며 가족과 사업장이 평안하도록 보살펴주는 신입니다.

🔹신따이(Thần Tài, 재물신 / 오른쪽)

단정한 옷을 입고 손에는 금괴를 들고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재물과 행운, 사업의 번창을 가져다준다고 믿습니다.

두 신을 함께 모시는 데는 꽤 재미있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땅과 집이 안정되어야 재물과 행운도 들어온다’는 원리입니다. 제단을 바닥에 두고 뒤쪽을 단단한 벽에 붙이는 것도 이런 의미와 연결됩니다. 옹디아는 자신이 맡은 땅을 지키고, 신따이는 문을 통해 들어오는 복과 재물을 맞이합니다.

⛩️ 제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정성스럽게 놓여 있습니다.

  • 두 신의 상: 인자하고 밝은 표정을 하고 있어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 향로와 작은 항아리 3개: 보통 쌀, 소금, 깨끗한 물을 담으며, 일 년 내내 먹을 것이 풍족하기를 바라는 의미입니다.
  • 물잔 5개: 다섯 개의 작은 잔을 십자 모양으로 놓아 오행(五行)과 다섯 방향을 의미합니다.
  • 신선한 과일과 꽃: 국화나 거베라 같은 꽃을 올려 생기와 행운을 기원합니다.

2. 향 한 자루, 연유 커피, 그리고… 불붙인 담배 한 개비?

이 작은 제단은 베트남 사람들의 일상 속에 아주 자연스럽게 들어와 있습니다.

아침에 가게 문을 열면 먼저 제단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물을 새로 갈아줍니다. 그리고 향 하나를 피우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때로는 방금 산 연유 아이스커피(까페쓰어다) 한 잔이나 따뜻한 차를 올려놓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길을 지나다 가게 앞 제단을 유심히 보면, 신따이나 옹디아 상 입에 실제로 불붙인 담배 한 개비가 물려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친근한 어르신에게 담배 한 대를 대접하듯 신에게 담배를 권하는 현지인들의 유쾌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전통적인 신앙이라고 해서 항상 거창하고 엄숙한 것만은 아닙니다. 아침 공기 속에 은은하게 퍼지는 향 냄새와 작은 제단을 보고 있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오늘도 별일 없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

아마 그런 소박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3. 제사상에 올라간 ‘초코파이’와 한국인의 국뽕 한 사발

베트남 제사 문화를 이야기할 때 한국인으로서 정말 뿌듯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한국의 대표 과자인 ‘오리온 초코파이’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베트남 현지 초코파이 TV 광고 중에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어린아이가 정성스럽게 제사상 위에 초코파이를 올려놓는 모습이었다. 베트남 사람들에게 제사상은 ‘조상님이나 신에게 올리는 가장 맛있고 귀한 음식’을 놓는 거룩한 공간입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한국의 초코파이가 당당히 올라간 것입니다.

베트남-제사상-초코파이
베트남 북부 하장 출장 때 본 신따이·옹디아 제단에 올라가 있는 초코파이

실제로 한동안 베트남의 가정집 조상 제단이나 신따이 제단에서 붉은색 초코파이 상자를 올려놓은 모습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초코파이뿐만 아니라 한국산 박카스나 프리미엄 샤인머스캣, 딸기 같은 고급 과일도 귀한 제물로 큰 인기입니다.

조상님과 신에게 꼭 맛보여 드리고 싶을 만큼 맛있는 정성의 상징으로 우리 제품들이 선택받았다는 사실에 한국인으로서 깊은 자부심이 느껴지곤 했습니다.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고 하던데, 나 역시 베트남 제사상에 놓인 한국 과자를 볼 때마다 괜히 가슴이 뭉클해지는 애국자가 되곤 합니다.”

4. 음력 1월 10일, 금은방과 오리고깃집에 긴 줄이 서는 이유

음력 1월 10일은 베트남에서 재물신 ‘신따이 날(Ngày vía Thần Tài)’이라고 불립니다. 이날이 되면 평소보다 훨씬 정성스럽게 제물을 준비하고, 특히 장사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더욱 신경을 씁니다.

이날 베트남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풍경이 두 가지 연출됩니다. 첫째는 아침 일찍부터 금은방 앞에 사람들이 끝없이 줄을 서는 모습입니다. ‘신따이 날’에 금을 조금이라도 사두면 그해 사업과 재물운이 좋아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날은 거리의 ‘구운 오리고기(Vịt quay)’ 가게들도 대호황을 누립니다! 베트남 사람들은 신따이가 과일이나 떡뿐만 아니라 고소한 구운 오리고기를 아주 좋아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재물신의 취향까지 저격해 복을 빌려는 현지인들의 열정 덕분에 이날 오리고깃집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쁩니다.

5. TikTok Live와 향 연기가 함께하는 베트남의 풍경

내가 이 문화를 보면서 가장 재미있다고 느끼는 부분은 전통적인 신앙과 현대적인 생활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신따이와 옹디아의 제단은 오래된 주택이나 전통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최신식 아파트, 젊은 세대가 운영하는 패션 매장이나 IT 회사 사무실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젊은 직원들은 TikTok Live로 물건을 팔고, 손님은 QR코드를 찍어 몇 초 만에 결제합니다. 그런데 출입문 한쪽에서는 여전히 작은 향 하나가 은은하게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이 어색할 법한 조합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이 참 베트남답습니다.

신따이와 옹디아를 모시는 것을 단순히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라는 기복 신앙으로만 보면 조금 아쉽습니다. 사업도 인생도 항상 잘 풀릴 수만은 없기에, 매일 아침 작은 제단을 정리하고 향을 피우는 그 짧은 시간이 사람들에게는 하루의 마음을 정리하고 다잡는 작은 습관이 되어주는 것입니다.

6. 귀여운 미니어처로 변신한 젊은 세대의 신따이 문화

더 재미있는 것은 이 문화가 요즘 젊은 세대의 스타일에 맞춰 한층 귀엽게 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영업이나 마케팅 일을 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책상 위를 보면 가끔 아주 작은 신따이·옹디아 인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노트북 옆, 커피잔 옆에 귀여운 미니어처나 캐릭터 버전의 두 신이 앉아 있는 것입니다.

베트남-재물신-토지신
최근에는 신따이·옹디아 미니어처를 책상이나 업무 공간에 놓는 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거창한 제사를 지내는 것도 아닙니다. 책상 한쪽에 귀여운 인형을 올려놓고 “오늘 계약 좀 많이 성사되게 해주세요!” 하며 좋은 기운을 바라는 정도입니다. 전통적인 신앙을 젊은 세대가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가볍고 유쾌하게 즐기고 있는 셈입니다.

✨ 생소하지만 흥미로운 베트남 문화

신따이와 옹디아를 모시는 작은 제단은 단순히 장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공간만은 아닙니다. 내가 살고 있는 땅을 소중히 여기고, 찾아온 행운에 감사하며,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마음의 평안을 잃지 않으려는 베트남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담겨 있습니다.

바닥의 작은 타일 몇 장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공간이지만, 그 안에는 가족이 평안하고 먹고사는 걱정 없이 하는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베트남의 집이나 가게를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이번에는 출입문 근처 바닥을 슬쩍 내려다보자. 어쩌면 그곳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신따이와 옹디아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침 햇살 사이로 올라오는 가느다란 향 연기를 보며, 나 역시 오늘 하루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 좋은 기운을 받아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전해드린 베트남의 흥미로운 신앙 이야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여러분은 책상 위에 재물운을 불러오는 귀여운 신따이 인형 하나 놓아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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