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베트남 호치민에서 20년째 살며 현지에서 사업과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운영하고 있는 안쵸이(Anh Choi)입니다.
베트남에서 오래 생활하거나 사업을 해오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하는 대한민국 대기업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한국의 대표 과자이자, 이제는 베트남 사람들의 삶 깊숙이 자리 잡은 오리온(Orion)입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쓰이곤 합니다.
“오리온은 초코파이, 초코파이는 오리온.”
1995년 수입 제품으로 베트남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이후, 2026년인 지금까지 무려 3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초코파이는 단순한 한국 과자를 넘어 베트남 사람들의 어린 시절 추억이자 세대를 이어주는 국민 간식이 되었습니다.
북부 오지 산골 마을 촬영 에피소드부터 저희 회사가 직접 진행해 온 오리온 행사 무대 뒤 이야기까지 – 베트남 20년 차의 시선으로 본 오리온의 미친 현지화 성공 비결을 풀어봅니다.

1. 1995년 수입 과자에서 31년 세대를 잇는 국민 브랜드로
요즘 베트남의 젊은 세대는 오리온이 한국 브랜드라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익숙해합니다. 하지만 진출 초기였던 1990년대 중반만 해도 페이스북도, 대형마트도 없던 시절이라 외산 과자가 뿌리내리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오리온의 발자취를 보면 단순한 수출을 넘어선 철저한 현지화 단계가 보입니다.
- 1995년: 초코파이 베트남 최초 수입 및 유통 시작
- 1997년: 호치민 대표사무소 설립
- 2005년: 현지 법인 Orion Food Vina 공식 설립
- 2006년: 빈즈엉(Bình Dương) 제1공장 가동
- 2009년: 북부 박닌(Bắc Ninh) 제2공장 설립
어릴 적 엄마가 사주던 초코파이를 먹으며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해서 이제는 자기 아이에게 초코파이를 사주는 31년의 세월. 한 제품이 두 세대에 걸쳐 ‘기분 좋은 추억’으로 연결된 것입니다.
2. 마피렝 계곡 산골짜기 오지 슈퍼에도 초코파이가?
얼마 전 베트남 북부 하장성(Hà Giang)의 험준한 오지인 마피렝(Mã Pí Lèng)과 묘박(Mèo Vạc) 일대로 다큐멘터리 촬영을 갔을 때 일입니다.
전기가 겨우 들어오고 오토바이로도 넘기 힘든 가파른 산골 마을의 작은 동네 슈퍼(Tạp hóa)에 들렀는데, 진열대 가장 한가운데에 오리온 초코파이가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할머니, 이 높은 산꼭대기 오지 마을까지 초코파이가 어떻게 들어와요?”
“동네 아이들이나 손주들 오면 이 과자부터 찾는다오. 오토바이 타고 들어오는 배달원이 제때제때 빠지지 않고 채워주고 가니 걱정 없지!”
1995년 이후 오토바이에 과자 상자를 싣고 베트남 전역의 좁은 골목과 오지 구멍가게까지 직접 발로 뛴 오리온의 철저한 밀착 유통망이 만든 놀라운 풍경이었습니다.
🎬 몽족 주인공 할머니 댁에서 나눈 온정과 오리온 과자
당시 다큐멘터리 촬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주민분들과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해 고기와 음식들을 준비해 주인공이신 몽족 할머니 댁에서 소소한 파티를 열었습니다.
이때 동네 아이들을 위해 학용품과 함께 준비해 간 오리온 과자 선물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과자를 받아 들자마자 환하게 웃으며 눈을 반짝이던 아이들, 그리고 과자를 맛있게 베어 물며 행복해하던 그 순수한 모습이란… 한국에서 온 과자 하나가 멀고 험한 오지 마을 아이들에게 소소하지만 커다란 기쁨이 되는 모습을 보며 가슴 뭉클한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3. ‘맛’이 아니라 ‘정(情)’과 한류를 팔다
예전의 일반적인 과자 광고들이 “바삭해요! 맛있어요!”를 외칠 때, 오리온은 완전히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 한국의 ‘정(情)’을 베트남의 ‘Tình(띰)’으로
2008년부터 선보인 TV 광고에는 베트남의 할아버지와 손자, 형과 동생이 등장했습니다. 두 형제가 서로 초코파이를 양보하고, 할아버지 제사상에 정성스레 초코파이를 올리는 장면은 베트남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베트남에서 제사상이나 신따이(Tài) 제단은 조상과 신에게 가장 귀한 음식을 올리는 거룩한 공간입니다. 그곳에 붉은색 초코파이 상자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면서, 초코파이는 ‘정이 담긴 귀한 선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 K-톱스타와 아오자이의 임팩트
2000년대 베트남을 흔들었던 K-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 의가형제, 모델 등’을 통해 현지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류 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던 전략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습니다.

아오자이를 입은 여학생이 K-톱스타가 운전하는 자전거 뒤에 타고 달리는 로맨틱한 장면은 당시 베트남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한국의 브랜드이지만 베트남의 문화(아오자이, 가족애)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감성 마케팅을 펼친 것입니다. (이후에도 광고 모델은 대표 한류 스타들로 이어졌습니다.)
4. 무대 뒤에서 본 성공 비결: ‘Orion Hero’ 행사와 영업사원들
저희 회사는 여러 해 동안 오리온의 우수한 영업사원과 팀을 선정해 시상하는 ‘Orion Hero’ 행사를 직접 기획하고 운영해 왔습니다. 베트남 중부 다낭(Đà Nẵng)에서 진행했던 우수 직원 포상 행사 역시 그 일환이었습니다.
TV나 마트에서 볼 때는 잘 만든 광고와 예쁜 과자 포장이 먼저 보이지만, 행사 무대 뒤에 서면 전혀 다른 오리온의 진짜 힘이 보입니다. 바로 ‘현장을 누비는 영업사원들’입니다.
다낭 포상 행사 당시, 현지 영업 직원들과 식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하던 중 한 직원이 수줍게 건넨 말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안쵸이 님, 베트남 사람들은 어릴 때 아프거나 기분 좋은 일 있을 때 초코파이 하나 먹는 게 세상에서 제일 큰 호사였어요.”
어릴 적부터 초코파이를 나누며 자란 현지 직원들이 어른이 되어 직접 영업 현장을 누비는 모습, 그리고 ‘Orion Hero’ 시상식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리며 서로를 뜨겁게 응원하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성과를 인정받으며 자부심에 차 눈시울을 붉히던 그들의 에너지를 보며 확신했습니다.
강한 브랜드는 맛있는 제품 하나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제품을 들고 매일 시장 구석구석을 발로 뛰는 사람들의 열정이 더해져 완성된다는 것을요.

5. 초코파이를 넘어 ‘오리온 과자 제국’으로
초코파이의 대성공 이후 오리온은 베트남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다채로운 라인업을 확장했습니다.

• 양국 공통 효자 스낵
- 카스타드(Custas): 부드러운 케이크를 좋아하는 현지인들의 대표 간식
- 고래밥(Marine Boy) & 초코송이(Choco Boy): 베트남 어린이들의 최애 간식
- 오스타(O’Star) & 스윙(Swing): 베트남 생감자칩 시장 1위를 다투는 스낵 (O’Star: 포카칩의 베트남 현지 상품명)
• 베트남 현지화 Hit 상품

쌀과자 안(An): 베트남 쌀로 구워내 김맛, 간장맛 등을 더한 대히트 상품 (안쵸이 최애 과자!)

세봉(C’est Bon): 폭신한 빵 위에 짭조름한 돼지고기 가루(쩨봉)를 올린 ‘단짠’ 아침 대용 빵

수박맛 초코파이(Watermelon ChocoPie): 열대과일 수박 향과 빨간 파이 속을 살려 기념품으로도 대히트를 친 초코파이 (이 외에도 뗏 한정판 복숭아맛 초코파이(ChocoPie Dao Sakura) 등 다양)
🛒 베트남 여행자 쇼핑 꿀팁!
롯데마트, 윈마트, 써클케이 어디서든 구매 가능합니다. 특히 ‘쌀과자 An’과 ‘수박맛 초코파이’는 한국 귀국 시 선물용(박스 단위)으로 가성비와 센스를 모두 챙길 수 있는 강력 추천 아이템입니다.
6. 교민 20년 차가 정리한 오리온의 베트남 성공 비결 4가지
글로벌 식품 공룡들을 제치고 오리온이 베트남에서 독보적인 1위 국민 브랜드로 성공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을 20년 차 교민의 시선에서 정리해 보면 크게 4가지 전략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❶ 문화적 현지화 (‘정(Tinh)’ 마케팅과 제사상 진입)
한국의 ‘정(情)’ 정서를 베트남어 ‘Tinh(띰/정과 우정)’으로 재해석해 브랜드 호감도를 높였습니다. 특히 명절(Tết) 선물과 조상 제사상, 신따이 제단에 올리는 귀한 음식으로 자리 잡으며 문화적으로 깊이 안착했습니다.
❷ 발로 뛰는 밀착 유통망 및 독보적 영업력
재래식 구멍가게(Tạp hóa) 비중이 높은 현지 유통 특성에 맞춰, 영업사원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 골목골목을 누비는 밀착 유통망을 만들었습니다. 마피렝 같은 험준한 산골 오지 마을까지 100% 입점시킨 일등 공신입니다.
❸ 현지 맞춤형 R&D 및 원료 현지화
돼지고기 가루를 올린 ‘세봉(C’est Bon)’, 베트남 쌀을 활용한 ‘쌀과자 안(An)’, ‘수박맛 초코파이’ 등 현지 입맛에 맞는 전용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또한 고온 다습한 기후를 견디는 품질 관리와 현지 농가 기술 지원을 통한 ‘고향의 감자 프로젝트’로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구축했습니다.
❹ 지속적인 ESG 및 지역 밀착 경영
현지 학교 화장실 개선 사업, 포장재 플라스틱 감축 등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친화적 사회공헌을 통해 베트남 사람들에게 ‘단순 외산 브랜드를 넘어선 친근한 국민 기업’ 이미지를 안착시켰습니다.
7. 숫자로 증명되는 압도적 점유율
이러한 현장 영업력과 브랜드 파워는 놀라운 성과로 나타납니다.
- 연간 판매량: 베트남에서만 한 해 약 5억 7,500만 개 이상의 초코파이 판매 (2021년 기준)
- 시장 점유율: Nielsen 및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베트남 파이류 시장에서 초코파이의 점유율은 약 66%~67% 수준으로 독보적 1위 유지
그러나 수치보다 더 위대한 것은, 베트남 사람 누구나 상자의 로고를 보지 않고도 “아, 초코파이!”라고 알아보는 ‘문화적 익숙함’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입니다.
💡 20년 차 교민의 인사이트: 문화를 이해하고 세대를 연결하라
베트남에서 비즈니스를 하거나 제품을 판매하려는 한국 기업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대도시 대형 마트 입점’에만 온 힘을 쏟는 것입니다.
하지만 오리온의 사례가 명확히 보여주듯, 베트남 시장의 진짜 잠재력은 대형마트 진열대가 아닌 전국 각지에 뿌리내린 수많은 골목길 구멍가게와 동네 슈퍼, 그리고 현지인들의 식문화(쌀과자, 돼지고기 빵, 제사 문화) 속으로 깊숙이 녹아드는 현지화 전략에 있습니다.
다른 해외 브랜드들이 대도시 마트에 집중할 때, 오리온은 베트남 사람들의 삶의 터전과 가족 문화, 조상 제사상, 그리고 두 세대를 이어주는 따뜻한 추억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갔습니다. “한국 방식을 따르라”가 아니라 “베트남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오리온을 즐기게 하자”는 접근이 31년이 지난 오늘날 오리온을 단순한 외산 브랜드를 넘어 베트남 국민 기업의 반열에 오르게 한 진짜 비결입니다.
다낭에서 열린 Orion Hero 행사 당시 현지 영업 직원들이 전해준 수줍은 고백부터, 최근 마피렝 산골 마을 아이들의 순수한 미소, 그리고 제사상에 정성스레 올라간 초코파이에 이르기까지 – 현지 환경과 문화를 철저히 파악하고 발로 뛰는 영업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다시 한번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베트남 진출이나 현지 마케팅을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오늘 전해드린 오리온의 생생한 현장 에피소드가 좋은 인사이트이자 힌트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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