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연휴 여행지] “50명은 산으로, 50명은 바다로” 전설과 문화 (feat. 20년 차)

베트남 연휴 여행지

안녕하세요, 베트남의 생생한 일상과 재미있는 문화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안쵸이(Anh Choi)입니다.

지난 9월 2일 연휴가 끝난 뒤, 아침에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다가 회사 직원들에게 지난 5일 동안 어디를 다녀왔는지 물었습니다.

그러자 한 직원이 웃으면서 내게 묻더군요.

“사장님, 어우꺼(Âu Cơ)가 100개의 알을 낳았다는 전설 아세요? 50명의 자식은 어머니를 따라 산으로 가고, 나머지 50명은 아버지를 따라 바다로 갔잖아요. 호치민시 사람들도 연휴만 되면 똑같아요. 절반은 달랏으로 올라가고, 나머지 절반은 붕따우로 내려가요.”

그 말을 듣고 나도 한참 웃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농담이 정말 기가 막히게 맞는 말이더군요. 베트남 사람들의 자유로우면서도 현실적인 여행 스타일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 베트남의 ‘용의 자손, 신선의 후예(Con Rồng Cháu Tiên)’ 전설

베트남신화-어우꺼전설
Con Rồng Cháu Tiên- 용의 자손, 신선의 후예

베트남 민족의 기원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신화입니다. 바다의 용인 락롱꿘(Lạc Long Quân)과 산의 신선인 어우꺼(Âu Cơ)가 만나 부부가 되었고, 어우꺼는 100개의 알이 든 알주머니를 낳았다고 합니다. 이후 두 사람은 헤어지면서 50명의 아들은 어머니 어우꺼를 따라 산으로, 나머지 50명은 아버지 락롱꿘을 따라 바다로 내려가 각 지역을 개척했다고 합니다. 이 전설은 베트남 사람들의 삶이 오래전부터 산과 바다 모두와 깊게 연결되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1. 내가 사는 도시에 따라 달라지는 ‘연휴 여행 지도🗺️’

사실 베트남에서 연휴 여행지를 정하는 방식은 내가 어느 도시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며칠을 쉴 수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머릿속에 각자 나름의 ‘연휴 여행 지도’가 있는 셈이죠.

우선 남쪽에 있는 호치민 사람들의 선택은 대개 가깝고 익숙한 곳으로 향합니다. 차를 타고 가볍게 붕따우나 호짬으로 향하거나, 시간이 좀 더 넉넉하다면 판티엣이나 무이네 바닷가로 시원하게 발걸음을 옮기곤 합니다.

호치민여행-붕따우
연휴 기간 관광객으로 가득 찬 붕따우 해변 / 붕따우 야경

반대로 바다보다는 선선한 공기를 즐기고 싶다면 재킷을 꺼내 입고 사진 찍기 좋은 고원 도시 달랏으로 향하는 이들이 아주 많습니다. 최근에는 꼰뚬이나 부온마투옷 같은 새로운 자연 명소들도 인기를 끌고 있죠. 참고로 현지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달랏에 연인이 함께 다녀오면 얼마 안 가 헤어진다는 재미있는 미신이 있어서, 연애 초반 커플들은 달랏 대신 안전하게 붕따우 해변으로 간다는 유쾌한 소문도 돌곤 합니다. 이 여행지들의 공통점은 자가용이나 버스로 몇 시간만 이동하면 도착하고, 복잡한 계획 없이도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호치민여행-부온마투옷
부온마투옷의 드라이누르 폭포(Dray Nur) : 더위를 식혀 주는 대표적인 자연 명소

반면 하노이로 올라가면 이야기가 또 달라집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베트남 지형 특성상 하노이 사람들에게도 그들만의 ‘연휴 여행권’이 따로 존재합니다. 주말을 낀 1~2일의 짧은 휴일에는 바비, 속선, 땀다오 같은 근교 홈스테이에서 오붓하게 휴식을 취하고, 3일 이상의 긴 연휴가 주어지면 닌빈이나 하롱베이를 거쳐 북부 산악지대인 사파와 하장까지 여행 지도가 확 넓어지게 됩니다.

하노이여행-닌빈
영화 [콩: 스컬 아일랜드]에 등장했던 짱안(Tràng An), 닌빈

2. 베트남 사람들의 초능력 ‘연휴 계산 능력’과 도로 위 풍경

오랫동안 베트남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내가 발견한 재미있는 초능력이 하나 있는데 바로 연휴 계산 능력입니다.

공휴일이 주말 근처에 붙어 있기만 하면 순식간에 계산이 시작됩니다.

“여기에 연차 하루만 붙이면… 5일 연속으로 쉴 수 있겠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연휴의 길이가 여행의 반경을 결정합니다. 3~5일 정도의 휴일이 생기면 그야말로 여행의 ‘골든타임’. 푸꾸옥(Phú Quốc)이나 냐짱(Nha Trang)행 비행기표를 찾거나, 장거리 버스를 타고 더 먼 곳으로 떠나기도 합니다.

연휴 첫날 호치민이나 하노이 외곽 도로를 나가보면, 온 가족이 오토바이 한 대에 짐을 가득 싣고 해변이나 고원 도시로 향하는 베트남 특유의 웅장한 대이동 풍경도 장관을 이룹니다.

🏡 요즘 트렌드: 멀리 가기보다 럭셔리한 휴식

하지만 긴 연휴에는 차가 막히고 관광지가 붐비기 때문에 요즘은 현명한 선택을 하는 가족도 많습니다. 멀리 가는 이동 비용 대신 도시 근교의 5성급 리조트나 고급 빌라를 예약해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는 것입니다.

3. 가족 중심 문화와 손에 쥐어지는 ‘특산물 트렁크’

중년 남성인 내가 베트남 사람들의 여행을 보면서 특히 재미있게 느끼는 부분은 바로 가족 간의 강한 유대감입니다.

5일짜리 연휴는 온 가족이 함께 움직이는 대규모 행사가 됩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조카들까지 모두 출동하는데, 마치 회사 워크숍이나 단체 야유회를 보는 것처럼 시끌벅적하고 정겨운 풍경이 연출됩니다.

베트남-여행문화-가족
90명의 대가족이 45인승 버스를 빌려 함께 여행하고, 차 안에서 먹을 음식과 음료까지 푸짐하게 준비한 모습

그리고 여행의 진짜 마무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완성됩니다.

  • 달랏에서 사 온 아보카도와 딸기
  • 붕따우에서 가져온 싱싱한 해산물 스티로폼 박스
  • 북부 지방의 베트남식 햄 ‘저짜(giò chả)’와 ‘반꼼(bánh cốm)’

자동차 트렁크가 지역 특산물로 꽉 차야 비로소 여행이 끝난 느낌이 납니다. 연휴가 끝난 다음 날 출근해 보면, 내 책상 위에도 직원들이 달랏에서 사 온 말린 과일이나 특산물 과자가 한가득 올려져 있곤 합니다. 이런 소소한 마음을 나누는 것 또한 베트남 직장 생활의 진짜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4. 🧧뗏(Tết) 연휴와 삶을 즐기는 방식

긴 연휴인 뗏(Tết, 베트남 설) 연휴도 비슷합니다. 뗏 초반에는 고향에서 친척들을 찾아뵙고 절에서 한 해의 행운을 빈 뒤, 음력 1월 2~3일쯤부터 본격적인 새해 여행을 떠납니다.

📌 다시 직원의 농담으로 돌아가 보자

“50명은 산으로, 50명은 바다로.”

베트남 사람들의 여행 문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지도 위의 목적지가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 시간을 얼마나 즐겁게 보내느냐인 것 같습니다.

어느덧 5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주변을 둘러보니,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아끼지 않고 후회 없이 즐기는 베트남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참 마음에 듭니다.

연휴가 다가올 때마다 삼삼오오 모여 “이번 연휴에 어디 갈까?” 하며 들뜬 모습을 보면 나까지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다음 연휴에 직원이 또 내게 물어본다면 웃으며 이렇게 대답해 주어야겠습니다.

“글쎄, 나도 아직 모르겠는데… 어쨌든 산으로 가든지, 바다로 가든지 둘 중 하나겠지!”

📝 마치며…

오늘 전해드린 베트남 사람들의 유쾌한 연휴 여행 이야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여러분도 베트남 여행을 오신다면 산과 바다 중 어디로 떠나고 싶으신지 궁금해지네요!

다음에도 안쵸이(Anh Choi)가 전해드리는 생생한 베트남 일상 이야기와 새로운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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