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베트남 20년 차의 시선으로, 현지의 생생한 일상과 깊이 있는 문화•사회 이야기를 전하는 안쵸이(Anh Choi)입니다.
추석 시즌이 다가오면 한국의 가족이나 지인들에게서 꼭 한 번씩 안부 전화가 걸려옵니다.
“이번 추석엔 한국 안 들어오니?”
제가 “베트남은 추석에도 안 쉬고 평소처럼 일해요~”라고 답하면 다들 깜짝 놀라곤 하죠.
실제로 제가 베트남에서 처음 음력 8월 15일인 ‘쭝투(Tết Trung Thu)’를 보냈을 때 가장 먼저했던 생각이 “어? 오늘 추석인데 다들 평소처럼 출근한다고?”였습니다. 베트남의 추석은 공휴일이 아니거든요. 회사도 학교도 평소처럼 정상적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참 흥미로운 건, 쉬는 날이 아닌데도 추석 분위기는 한 달 전부터 온 도시를 뜨겁게 달군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베트남 사람들이 추석을 즐기는 조금 특별한 풍경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 왜 베트남 추석은 한국처럼 ‘대명절’이 아닐까? 농경 문화의 차이
한국에서 추석은 1년에 딱 한 번 찾아오는 수확을 감사하며 조상께 차례를 지내는 가장 큰 명절입니다. 하지만 베트남은 조금 다릅니다.
특히 따뜻하고 수자원이 풍부한 베트남 남부(메콩강 삼각주 지역)는 1년에 벼를 세 번이나 거두는 ‘3모작’을 합니다. 연중 언제나 쌀을 심고 수확하다 보니, 음력 8월 15일이 ‘한 해의 일년 농사를 한 번에 마무리하는 유일한 수확기’라는 개념이 옅은 편입니다.
바쁜 여름 농사가 일단락되는 이 시기에, 농사짓느라 그동안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던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등불과 장난감을 챙겨주고 월병을 나누며 놀아주던 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래서 베트남의 추석은 한국처럼 며칠씩 쉬며 귀성길에 오르는 대명절이라기보다, 가족과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챙기는 ‘축제이자 기념일’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 한눈에 비교하는 한국 추석 vs 베트남 쭝투(Trung Thu)

이처럼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 보니, 두 나라의 추석은 체감상 완전히 다른 명절이 됩니다.
| 구분 | 🇰🇷 한국의 추석 | 🇻🇳 베트남의 쭝투 (Trung Thu) |
| 휴무 여부 | 3~5일 이상 대형 공휴일 (국가 휴무) | 평일 정상 근무/수업 (공휴일 지정 X) |
| 민족 이동 | 전국적 귀성길 대이동 (고속도로 정체) | 평소와 같은 출퇴근, 귀성 이동 없음 |
| 주요 행사 | 조상 차례, 성묘, 가족 대집합 | 아이들 등불놀이, 사자춤, 월병 선물 |
| 체감 성격 | 민족 최대의 2대 명절 | 시즌성 축제 및 이벤트데이 (어린이날/크리스마스 느낌) |
베트남 사람들에게 추석은 한국처럼 온 나라가 멈추고 고향으로 내려가는 대명절이라기보다는, ‘어린이날 + 크리스마스 + 핼러윈’이 섞인 듯한 소소하고 즐거운 문화 축제에 가깝습니다.
※ 베트남에서 한국의 추석처럼 전국이 멈추고 7~10일간 긴 휴가를 보내는 유일한 대명절은 바로 음력 설날인 ‘뗏(Tết)’*이랍니다!
🏮 어른들이 더 신나는 ‘어린이들의 명절’? (달 속에 토끼가 아니라 사람이?)

베트남에서 쭝투(Trung Thu)는 전통적으로 아이들을 위한 명절 성격이 강합니다. 아이들은 별 모양 등불을 들고 동네를 돌며 달 속에 사는 전설 이야기를 들곤 하죠.
여기서 흥미로운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한국인들은 보름달을 보며 ‘계수나무와 옥토끼’를 떠올리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반얀트리(Cây đa, 벵골보리수) 아래 앉아 있는 쭈꾸오이(Chú Cuội) 아저씨’를 떠올립니다.
사람을 살리는 신비한 반얀트리 나무가 달로 날아갈 때 나무 뿌리를 잡았다가 달까지 끌려 올라가 버렸다는 정겨운 동화 속 이야기인데요. 추석 밤이 되면 베트남 아이들은 보름달을 보며 이 쭈꾸오이 아저씨를 찾곤 한답니다.
하지만 요즘 현지에 나가보면 이런 어린이 명절에 어른들이 더 신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호치민의 르엉느혹(Lương Nhữ Học) 등불 상점가나 하노이의 항마(Hàng Mã) 거리가 대표적입니다. 이곳은 원래 추석 시즌이 되면 전통 등불을 만드는 상점들이 길게 들어서는 ‘등불 판매 상점 거리’인데요.
예전에는 아이들 장난감이나 등불을 사주던 부모들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알록달록하게 매달린 매장의 등불들을 배경으로 예쁜 아오자이를 입고 인생샷을 찍는 젊은이들과 직장인들로 가득합니다. 등불을 파는 전통 상점거리가 어른들의 거대한 ‘포토존’이자 명소가 된 셈이죠.

☕ “커피 마시러 갈래?” 그 속뜻은 “사진 찍으러 갈래!”
복잡한 거리가 싫은 사람들은 카페로 향합니다. 추석 한 달 전부터 현지 카페들은 달 모형과 등불로 포토존을 꾸미느라 바쁩니다.
베트남에서 카페는 단순히 음료만 마시는 공간이 아니라 ‘시즌 분위기와 추억을 파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맘때 현지 친구가 “커피 마시러 갈래?”라고 하는 건, 실상 “거기 추석 포토존 예쁘던데 사진 찍으러 가자!”라는 뜻이랍니다.
🐲 빌딩만 한 등불이 행진을? 대도시 너머의 ‘진짜’ 축제
만약 하노이나 호치민 같은 대도시만 보셨다면 베트남 추석의 재미를 절반만 보신 겁니다.
저희 회사 베트남 직원 중 한 명도 추석 때마다 “고향에 못 가서 등불 행렬을 못 보겠네요”라며 아쉬워하곤 했습니다. 처음엔 조그만 별 등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2~3층 건물 높이(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대형 등불 조형물을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뚜옌꽝(Tuyên Quang) 같은 지역에서는 추석 보름 전부터 주민들이 돈과 힘을 모아 용, 봉황, 캐릭터 등 거대한 등불을 만듭니다. 밤이 되면 LED 조명과 음악, 연기까지 뿜어내는 수십 개의 대형 조형물이 거리를 행진하는데, 마치 작은 카니발 축제에 온 듯한 강렬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 “둥! 둥! 짝! 둥!” 달력을 안 봐도 알 수 있는 사자춤 소리
추석이 가까워지면 달력을 보지 않아도 ‘아, 정말 추석이구나’ 하고 느끼게 해주는 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사자춤(Múa lân) 북소리입니다.
저녁이 되면 골목과 쇼핑몰, 회사 건물 앞까지 “둥! 둥! 둥! 짝! 둥!”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가게나 회사에서는 사업의 행운과 번창을 기원하며 사자춤 공연단을 부르죠. 퇴근길 어른들도 잠시 오토바이를 세우고 신나서 휴대폰으로 영상을 찍는 모습은 베트남 추석만의 정겨운 일상입니다.
🥮 길거리에 ‘킨도(Kinh Đô)’ 판매대가 보이면 추석이 왔다는 신호!
한국에서는 선선해지는 가을 바람과 높아지는 하늘을 보며 “아, 이제 추석이 다가오는구나” 하고 계절 변화로 시간을 느낍니다. 하지만 사계절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연중 따뜻한 베트남에서는 날씨만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끼기가 쉽지 않죠.
그래서 현지 거주자들에게 추석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건 다름 아닌 길거리의 ‘월병 팝업 매장’입니다.
추석 한 달 전쯤이 되면 베트남 길거리 곳곳에 빨간색, 노란색의 화려한 월병 임시 판매대들이 우후죽순 생겨납니다. 특히 베트남의 국민 제과 브랜드인 ‘킨도(Kinh Đô)’ 판매 부스가 길가에 짠하고 등장하면, 현지 사람들도 교민들도 “아, 이제 정말 추석이 가까워졌구나!” 하고 비로소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게 됩니다.
평소에는 텅 비어 있던 인도 위에 오직 추석 시즌만을 위해 팝업으로 차려지는 이 킨도 판매대야말로,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가을 바람’과도 같은 반가운 계절의 신호인 셈입니다.

💡 원화 환산 기준: 10,000동 = 약 550원 기준
| 월병 종류 | 베트남 현지 명칭 | 특징 및 맛 |
| 반느엉 | Bánh nướng | 노릇하게 구운 갈색 껍질, 고소하고 클래식한 향 |
| 반제오 | Bánh dẻo | 찹쌀가루로 만든 하얗고 부드럽고 쫀득한 껍질 |
| 텁껌 (속재료) | Thập cẩm | 견과류 + 절임 재료 + 소금에 절인 달걀노른자의 ‘단짠’ 조합 |
처음 먹어보는 한국인에게는 “이게 단맛이야, 짠맛이야?” 하고 낯설 수 있지만, 특히 소금에 절인 오리알 노른자가 들어간 ‘텁껌’ 맛의 오묘한 단짠 조화에 익숙해지면 ‘아, 이게 베트남 추석의 맛이구나’ 하게 됩니다.
💼 20년 차 안쵸이의 실전 비즈니스 팁
베트남 사업가 사장님들, 추석 ‘월병’을 챙기세요!
베트남에서 월병은 단순히 가족끼리 잘라 먹는 디저트를 넘어 중요한 비즈니스 마케팅 도구입니다.
시즌이 되면 셰라톤, 파크하얏트 같은 5성급 호텔이나 전문 제과 브랜드에서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화려한 고급 월병 선물 세트를 내놓는데요.
만약 베트남에서 법인을 운영하시거나 사업을 하시는 한국 사장님들이 계신다면, 추석 한 달 전부터 주요 클라이언트나 관공서, 핵심 파트너사에 고급 월병 세트를 선물해 보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우리 회사가 베트남의 문화를 존중하고, 당신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긴다”는 깊은 신뢰와 정성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방법이 됩니다. 작지만 확실한 베트남식 관계 형성(Giao thiệp)의 지혜인 셈이죠!

🌏 평범한 하루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 있는 축제
제가 베트남에서 20년을 살며 만난 추석이 특별한 이유는 바로 이겁니다.
공휴일이 아니라도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충분히 축제를 즐길 줄 안다는 점입니다.
낮에는 평소처럼 출근해서 회의하고 일하지만, 퇴근 후에는 알록달록한 등불 상점가에서 사진을 찍고, 사자춤 북소리에 잠시 발걸음을 멈추며, 소중한 사람들과 월병을 나눕니다.
거창하게 쉬지 않아도 삶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베트남 사람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참 매력적이지 않나요?

✈️ [안쵸이의 추석 연휴 여행 팁] 이 기간 베트남에 오신다면 꼭 즐겨보세요!
혹시 이번 연휴나 추석 시즌에 베트남으로 여행 오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화려하고 신나는 이 베트남 추석 축제를 현지에서 꼭 직접 경험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낮에는 시원한 관광지나 맛집을 둘러보시고, 저녁에는 르엉느혹 같은 등불 상점가에 가셔서 이색적인 밤 풍경 사진도 남기시고, 오가는 사자춤 북소리와 함께 베트남 특유의 역동적인 분위기를 마음껏 느껴보세요. 한국과는 또 다른 잊지 못할 이색적인 추억이 되실 겁니다!
오늘 이야기가 베트남의 색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 흥미로운 시간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에도 안쵸이(Anh Choi)가 전해드리는 생생한 베트남 일상 이야기와 새로운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 [참고] 베트남 동(VND) ↔ 한국 원(KRW) 간단 계산법
베트남 금액에서 ‘뒤의 숫자 0 하나를 빼고 2로 나누면’ 대략적인 한국 돈 금액이 나옵니다.
(예: 100,000동 ➔ 0 빼면 10,000 ➔ 2로 나누면 약 5,000원~5,5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