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베트남의 생생한 일상과 재미있는 문화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안쵸이(Anh Choi)입니다.
베트남에서 오랫동안 생활하고 일하다 보니,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소소한 일상에서 한국과 다른 생활 방식을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가족과 함께 호치민에서 살고 있는 한국 사람입니다. 아내가 베트남 사람이다 보니 집에서도 자연스럽게 베트남식 생활 습관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웠던 ‘과일 깎는 법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글을 읽으시기 전에 한번 떠올려 보세요. 여러분은 사과나 배 같은 과일을 깎을 때 칼날을 어느 방향으로 향하게 하시나요? 아마 십중팔구 칼날을 몸 쪽으로 당기며 깎으실 겁니다. 저 역시 한국에 있을 땐 너무나 당연한 습관이었습니다.
🔪 칼날의 방향: 밖으로 밀어내기 vs 안으로 당기기
🇻🇳 베트남 사람: 칼날을 안쪽에서 밖으로 밀어내며 과일을 깎습니다.
🇰🇷 한국 사람: 칼날을 밖에서 안쪽(자신의 몸 쪽)으로 당기며 과일을 깎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망고나 구아바, 사과를 깎는 모습을 보면 처음엔 조금 놀랄 수도 있습니다. 한 손으로 과일을 잡고 다른 손으로 작은 칼을 든 뒤, 손위에서 칼날을 밖으로 밀어내며 곡선을 따라 아주 얇게 껍질을 벗겨냅니다.
처음 아내가 이렇게 과일을 깎는 모습을 봤을 때, 손에 칼이 너무 가까워 보여 덜컥 걱정이 됐습니다.
“칼이 손에 이렇게 가까운데 위험하지 않아?”
제 물음에 아내는 그저 쓱 웃어 보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해온 방식이라 본인에게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거죠. 나중에 보니 아내뿐만 아니라 베트남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과일을 깎더군요.
재미있는 점은, 베트남 사람들은 오히려 한국인들이 몸 쪽으로 칼을 당기며 과일을 깎는 모습을 보고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한국 분들이 손으로 과일을 깎는 걸 처음 보고 “서커스 같다!”, “손 안 베여요?” 하면서 신기해하면, 현지인들은 “도마까지 챙겨 와서 깎는 게 더 거창하고 번거롭다”며 서로 신기해하는 반응도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 왜 베트남 사람들은 도마 없이 손위에서 깎을까?
처음에는 그저 익숙함의 차이인 줄 알았는데, 베트남의 환경과 문화를 알고 나니 이유가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 열대 과일의 생김새
망고나 파파야 같은 열대 과일은 울퉁불퉁하고 곡선이 많아 평평한 도마 위에 놓으면 굴러가기 십상입니다. 손으로 감싸 쥐고 깎는 것이 오히려 곡면을 따라 칼날을 조절하기에 훨씬 수월합니다.
✅ 고온다습한 기후와 위생
습한 베트남에서는 나무 도마에 곰팡이나 세균이 생기기 쉽습니다. 생으로 먹는 과일은 교차 오염 위험이 있는 도구를 거치지 않고, 손과 칼만 깔끔하게 씻어 손질하는 것이 더 위생적이었던 셈이죠.
✅ 야외 및 노점 문화
길거리 음식(Street Food)과 야외 활동이 발달한 베트남에서는 무거운 도마 없이 작은 칼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과일을 깎아 먹을 수 있는 손위 손질법이 가장 효율적이었습니다.
이처럼 손위에서 깎을 때 칼날을 몸 밖(안에서 밖으로)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보기에는 아슬아슬해 보여도 실제로는 손을 베일 위험이 적고 껍질만 얇게 벗겨낼 수 있는 지혜로운 방법이었던 것입니다.
🍽️ 식도구로 보는 흥미로운 문화 차이: 한국의 ‘가위’ vs 베트남의 ‘손위 손질’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식문화 비교가 떠오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식문화를 접할 때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식탁 위에서 가위로 음식을 자르는 모습’이라고 합니다. 고기나 김치, 냉면은 물론 야채까지 도마 없이 가위로 싹둑싹둑 자르는 한국의 문화는 외국인들 눈에 참 신기하면서도 독특하게 보이죠.

반면 베트남 사람들은 도마도, 가위도 없이 오직 ‘손과 작은 칼’만으로 식재료나 야채, 과일을 자유자재로 다듬습니다. 손위에서 칼로 야채를 쓱쓱 잘라 냄비로 바로 넣거나 과일을 깎아내는 모습은, 외국인이 한국 식당에서 가위를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 느끼는 충격과 묘하게 닮아있습니다.
결국 두 문화 모두 ‘도마라는 거치대를 생략하고 손쉽고 빠르게 식재료를 손질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한국은 ‘가위’라는 유용한 도구를 발전시켰고 베트남은 ‘손위에서의 칼 기술’을 발전시켰다는 점이 참 흥미롭습니다.
👨🍳 도마 문화와 손위의 스킬
제가 한국에서 익숙하게 보았던 방식은 식재료나 과일을 도마 같은 안정된 바닥에 놓거나 손질하는 것이었습니다. 재료가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해 두고 칼을 사용하기 때문에 칼 방향을 조절하기가 쉽죠.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권에서도 도마 위에서 재료를 다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반면, 도마 없이 손위에서 자유자재로 칼을 움직여 껍질을 벗겨내는 베트남식 방식은 참 신기하고도 효율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베트남 생활에 완벽히 적응해서인지 길거리나 집에서 누군가 손위에서 쓱쓱 과일을 깎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아, 내가 정말 베트남에 살고 있구나” 하는 정겨운 실감이 나곤 합니다.
😮 작지만 소소한 재미, 베트남의 생활문화
문화의 차이는 거창한 것에서만 오지 않는다는 것을 베트남 생활을 통해 매번 깨닫습니다.
- 한 끼 식사 자리의 소소한 차이
- 테이블마다 놓인 작은 소스 한 접시
- 길가에 놓인 무료 물 한 잔
- 그리고 손위에서 쓱쓱 과일이나 야채를 깎아내는 소박한 손길까지

혹시 베트남 여행을 오시게 된다면 길거리 과일 가게를 그냥 지나치지 말고 잠깐 멈춰 서보세요. 상인분들이 망고나 구아바, 잭푸르트 껍질을 손위에서 스르륵 벗겨내는 손놀림을 관찰해 보는 것도 여행의 색다른 묘미가 될 것입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먹는 방법, 심지어 칼을 잡는 손짓 하나에도 그 나라의 환경과 생활문화가 깊게 녹아있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작고 평범한 일상의 모습들이 베트남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가장 흥미로운 문화 이야기입니다.

여러분은 이 베트남식 과일 깎는 법을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다음에도 안쵸이(Anh Choi)가 전해드리는 생생한 베트남 일상 이야기와 새로운 소식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기대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