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월남쌈, 베트남엔 없다? 20년 차 현지인이 알려주는 진짜 베트남 쌈 ‘꾸온(Cuốn)’ 이야기

베트남 월남쌈

안녕하세요! 베트남 20년 차 현지인 ‘안쵸이(Anh Choi)’입니다.

한국에서 자주 드시는 대표적인 웰빙 음식 ‘월남쌈’, 다들 한 번쯤 드셔보셨죠?

그런데 정작 베트남 현지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월남쌈’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월남쌈’은 한국인을 많이 상대해 본 베트남 사람들이나 겨우 알아듣는 한국식 베트남 음식명입니다. 어쩌다 현지에서 추천받아 주문해 보면 한국에서 먹던 비주얼과 너무 달라 당황하기도 하죠.

오늘은 쌀국수(Phở)와 함께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이자, 우리가 ‘월남쌈’으로 알고 있던 진짜 베트남의 쌈 문화, ‘꾸온(Cuốn)’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1. ‘월남쌈’이란 말은 어디서 왔을까?

태국, 캄보디아 등 주변국과 달리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유일한 한자문화권 국가입니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이전에는 베트남어를 한자로 표기했죠.

이때 사용한 국가명 ‘월남(越南)’은 베트남어로 ‘볫남’ 또는 ‘비엣남’으로 발음되며, 현재는 Việt Nam으로 표기합니다. 이 ‘월남(越南)’에 ‘쌈’이 붙어 말 그대로 ‘베트남식 쌈’이라는 이름이 탄생한 것입니다.

💡 현지에서 원조 월남쌈을 먹고 싶다면?

식당에서 ‘꾸온(Cuốn)’이라는 단어를 찾으시면 됩니다.
‘꾸온’은 ‘감다’, ‘말다’라는 뜻의 베트남어로, 여러 재료를 라이스페이퍼나 채소로 돌돌 말아 먹는 우리의 ‘쌈’과 완벽히 일치하는 개념입니다.

2. 한국은 쌈! 베트남은 꾸온!

베트남에 살다 보면 정말 다채로운 ‘꾸온’을 접하게 됩니다.

라이스페이퍼(Bánh tráng)나 커다란 채소 잎에 고기, 생선, 쌀국수 면, 허브, 신선한 채소를 올리고 돌돌 말아 소스에 찍어 먹는 식이죠.

# 외국인에게 가장 유명한 ‘고이꾸온(Gỏi cuốn)’

고이꾸온 Gỏi cuốn

삶은 돼지고기, 채소, 쌀국수 면을 라이스페이퍼로 감싼 요리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월남쌈의 원형입니다.

# 이름에 ‘꾸온’이 없어도 다 싸 먹는다?

재미있는 점은 음식 이름에 ‘꾸온’이 없어도 베트남 사람들은 일단 싸서 먹는다는 것입니다.

  • 반쎄오(Bánh xèo): 바삭한 반쎄오를 적당히 잘라 각종 채소, 라이스페이퍼와 함께 싸 먹습니다.
  • 생선구이: 생선 한 마리가 통째로 나오면, 그 옆에는 어김없이 채소, 쌀국수 면, 라이스페이퍼, 소스가 한 세트로 세팅됩니다.
  • 삶은 돼지고기, 넴느엉(Nem nướng), 보라롯(Bò lá lốt) 등 각종 구이 요리도 마찬가지입니다.

베트남에서 ‘꾸온’은 특정 요리의 이름이라기 보다 하나의 ‘먹는 방식(식문화)’에 가깝습니다.

🥗 채소에 진심인 베트남 사람들

베트남 사람들과 식사해 보면 고기나 생선 접시보다 옆에 놓인 채소 바구니가 훨씬 거대하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단순히 장식이 아니라 식사의 메인 주인공인 셈이죠.
민트, 어성초, 고수, 스타프루트, 망고잎, 바나나꽃 등 열대 기후 덕분에 채소 종류가 너무 다양해 현지에서 오래 산 저도 이름을 다 외우기 힘들 정도랍니다.

3. 현지인이 추천하는 대표 ‘꾸온’ 메뉴 8선

느끼함은 줄여주고 가볍고 신선하게 즐기기 좋은 대표 쌈 요리들입니다.

베트남-월남쌈-고이꾸온-퍼꾸온
  • 고이꾸온 똠팃(Gỏi cuốn tôm thịt)은 가장 대표적인 베트남식 쌈입니다. 삶은 새우와 얇게 썬 삼겹살, 쌀국수 면과 여러 종류의 허브를 함께 넣어 말아 먹습니다.
  • 퍼꾸온 보(Phở cuốn thịt bò)는 라이스페이퍼 대신 부드럽고 넓은 쌀국수 피에 소고기와 채소를 싸 먹는 음식입니다.
  • 생선구이 라이스페이퍼 쌈(Cá nướng cuốn bánh tráng)도 아주 흔합니다. 가물치나 틸라피아 같은 생선을 노릇하게 구워 채소, 파인애플, 떫은맛이 나는 풋바나나 등과 함께 싸 먹습니다.
  • 넴루이(Nem lụi)는 양념한 고기를 꼬치에 끼워 구운 뒤 라이스페이퍼에 채소, 스타프루트, 풋바나나 등을 넣어 함께 싸 먹습니다.
베트남-현지-음식-추천
  • 삶은 돼지고기 라이스페이퍼 쌈(Bánh tráng cuốn thịt heo luộc): 베트남 중부지역의 특산 음식으로, 다양한 채소와 감칠맛나는 소스, 독특한 라이스페이퍼로 간단하게 싸먹기만 해도 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데 아주 좋습니다.
  • 꾸온지엡(Cuốn diếp, 겨자잎 새우•고기쌈): 삶은 고기, 새우와 쌀국수 면 등을 약간 알싸한 맛이 나는 겨자잎에 싸 먹습니다.
  • 무화과잎 넴따이쌈(Nem tai cuốn lá sung): 넴따이는 돼지 귀를 얇게 썰어 고소한 볶은 쌀가루(Thính)와 버무린 음식입니다. 먹을 때 무화과잎, 딘랑잎과 여러 종류의 떫은맛이 나는 잎채소에 싸 먹습니다.
  • 보비아만(Bò bía mặn): 중국식 소시지, 가늘게 썬 달걀, 말린 새우, 히카마와 당근을 볶아 얇은 라이스페이퍼에 돌돌 말아 먹는 음식입니다. 익숙하면서도 색다른 맛을 내며, 가족 중 어린아이들도 먹기 좋습니다.

4. 라이스페이퍼만 있다면 무엇이든 ‘꾸온’이 된다!

반짱-라이스페이퍼

라이스페이퍼(반짱 Bánh tráng)는 맛이 담백해서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립니다. 식탁 위에 놓인 다양한 재료를 하나로 모아 한입에 먹을 수 있게 해주는 완벽한 ‘도우’ 역할을 하죠.

# 내 마음대로 만드는 나만의 한 쌈

채소를 좋아하면 채소를 듬뿍, 고기를 좋아하면 고기를 많이 넣으면 됩니다. 못 먹는 향채는 빼면 그만이죠. 같은 식탁에 앉아도 각자 만드는 쌈은 제각각입니다. 함께 즐기되 취향을 존중하는 베트남의 식문화가 잘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베트남 식문화

한동안 베트남 SNS에서는 삶은 오징어와 공심채(라우몽 Rau muống)를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는 조합이 크게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매력

기름진 반쎄오나 구운 고기, 기름진 생선 요리도 신선한 채소, 오이, 절임 채소와 함께 싸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비율이 완벽해지면서 훨씬 가볍고 산뜻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5. 한국에 쌈장이 있다면, 베트남엔 느억쩜!

쌈 재료나 면, 라이스페이퍼는 대체로 간이 담백합니다. 그래서 쌈의 완성은 바로 ‘찍어 먹는 소스(Nước chấm)’에서 결정됩니다.

느억쩜-맘넴-느억맘
  • 느억맘 쭈어응엇(Nước mắm chua ngọt) 새콤달콤한 피시소스
  • 느억맘 메(Nước mắm me) 새콤한 타마린드 피시소스
  • 맘넴(Mắm nêm) 쿰쿰하면서도 깊은 감칠맛의 베트남식 발효 액젓
  • 느억쩜 더우퐁(Nước chấm đậu phộng) 고소한 땅콩소스

단순해 보이는 삶은 돼지고기 쌈도 맘넴(Mắm nêm) 소스 하나만 콕 찍어 먹으면 풍미가 폭발하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안쵸이의 현지 팁 & 마치며

베트남 식당에 갔을 때 식탁 위에 수풀처럼 거대한 채소 접시, 라이스페이퍼, 소스가 놓여 있다면?

‘아, 이 집은 싸 먹는 요리구나!’라고 눈치채시면 됩니다. 메인 요리뿐만 아니라 그 옆에 나오는 서브 재료들을 조합해 나만의 한 쌈을 만드는 것이 바로 진짜 베트남 음식을 즐기는 관전 포인트입니다.

온갖 잎채소, 김, 김치에 밥과 고기를 싸 먹는 한국의 ‘쌈 Culture’와 어딘가 꼭 닮아있는 베트남의 ‘꾸온(Cuốn) Culture’!

베트남 여행이나 현지 식당에서 채소 접시를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마시고, 여러분의 취향껏 마음껏 싸서 드셔보세요. 어떻게 싸 먹든 여러분이 만든 그 한 쌈이 바로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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