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식문화] 20년 차가 전하는 “베트남 사람은 왜 밥그릇을 들고 먹을까?”

베트남 식문화

안녕하세요! 베트남 20년 차 현지인 ‘안쵸이(Anh Choi)’입니다.

쇼츠를 보다가 📺KBS 뉴스에서 반가운 베트남 이야기가 나와 눈여겨보게 되었습니다. 뉴스 내용을 접하고 흥미가 생겨 베트남 아내와 함께 현지 언론의 원문 기사를 직접 찾아보았습니다.

한국 베트남 식사 문화차이
원문 기사 : https://vnexpress.net/vi-sao-nguoi-han-kieng-cam-bat-khi-an-5109439.html

알고 보니 베트남의 독보적인 1위 미디어인 VnExpress에 보도된 기사였습니다. 한국계 미국인 셰프가 한국, 베트남, 중국, 일본인의 식습관 차이를 비교해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는데, 현지 1위 매체에 한국 식문화가 깊이 다루어진 것을 보니 베트남 내 한국에 대한 높은 관심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어 뿌듯했습니다.

워낙 자주 다뤄지는 한·베·중·일 식문화 비교 이야기라 처음엔 다소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사는 주로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과 한국의 식습관이 왜 다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는데요. 베트남에 오랜 기간 거주 중인 한국인으로서, 저는 한국과의 차이점보다 ‘베트남 밥상문화 뒤에 숨은 이야기’가 더 궁금해져 깊이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 “Nhập gia tùy tục” 그곳에 가면 그곳의 풍습을 따른다

베트남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살아온 지 어느덧 20년 입니다. 이곳에서 가정을 꾸리고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베트남의 여러 생활 방식에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20년 전 처음 베트남에 왔을 때만 해도 정말 신기했던 모습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식사할 때 밥그릇을 손에 들고 먹는 문화’였습니다.

베트남 밥그릇 예절

처음 처가 식구들과 식사할 때 아내에게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근데 베트남 사람들은 왜 밥그릇을 들고 먹어?”
“원래 이렇게 먹는 거야~”

당시엔 그 대답이 그저 재미있게 느껴졌지만, 오랫동안 베트남에 살며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나니 그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깊은 역사와 생활의 지혜가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 한국과 베트남, 닮았지만 정반대인 ‘밥그릇 예절’

한국과 베트남은 모두 쌀을 주식으로 삼고 젓가락을 사용하며, 식탁 가운데 반찬을 두고 함께 나누어 먹는 동아시아 식문화를 공유합니다. 지리적으로는 동남아시아에 속하지만, 전통적으로 유교 및 동아시아 문화권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젓가락 사용이 매우 일상적입니다.

그러나 ‘밥그릇의 위치’에 대해서는 재미있을 만큼 정반대의 예절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한국

밥그릇과 국그릇을 식탁에 내려놓고 먹는 것이 기본입니다. 어릴 적 밥그릇을 들고 먹으면 어른들께 “거지처럼 먹는다”며 지적을 받곤 했습니다.

🍚 베트남

한 손으로 밥그릇을 들고, 다른 손으로 젓가락을 들어 먹는 것이 예의 바른 자세입니다. 오히려 밥그릇을 식탁에 둔 채 고개를 깊게 숙이고 먹으면 자세가 바르지 못하다고 지적받습니다.

베트남 가정식

똑같은 행동이지만 한쪽에서는 ‘예의 바른 식사’가 되고, 다른 쪽에서는 ‘어색하거나 불손한 식사’가 되는 셈입니다.

🌾 왜 베트남 사람들은 밥그릇을 들고 먹을까?

이유를 살펴보면 매우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배경이 존재합니다.

1. 식사 도구의 역할 차이 (젓가락 vs 숟가락)

한국은 밥과 국을 주로 숟가락으로 떠먹기 때문에 밥그릇을 굳이 들 필요가 없습니다. 반면 베트남은 밥부터 반찬까지 대부분 젓가락 하나로 해결합니다. 젓가락으로 밥을 집어 올릴 때는 밥그릇을 입 가까이 가져와야 밥알이나 국물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고 깔끔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2. 과거 베트남의 밥상 환경

베트남 식문화
대가족이 함께 모이는 식사에서는 지금도 돗자리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과거 베트남 서민 가정에서는 높은 식탁보다는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낮은 밥상이나 쟁반을 놓은 뒤 둘러앉아 식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밥그릇의 위치가 입보다 훨씬 낮다 보니, 밥그릇을 바닥에 두고 먹으려면 허리를 깊게 숙여야 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 손으로 밥그릇을 들어 몸 가까이 가져오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정착되었습니다.

💡 편리함에서 비롯된 예절과 문화적 상징

시간이 흐르면서 이러한 식사 방식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베트남의 주요 식사 예절로 자리 잡았습니다.

베트남 속담에는 “Ăn trông nồi, ngồi trông hướng” (먹을 때는 밥솥을 살피고, 앉을 때는 방향을 살핀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식사할 때 주변을 배려하고 품위를 지켜야 한다는 뜻입니다.

✔ 음식이 나에게 오는 자세

베트남에서는 사람이 음식 쪽으로 얼굴을 숙이는 것보다, 음식을 입으로 가져오는 자세를 더 단정하고 품위 있게 여깁니다.

✔ 복과 재물의 상징

민간에서는 밥그릇을 입가로 가져오는 모습을 ‘복과 재물이 나에게 찾아오는 것’으로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반대로 몸을 웅크리고 음식을 찾아 고개를 숙이는 모습은 ‘먹을 것을 찾아 고생하는 가난한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았습니다.

✍️ 글을 마치며…

한국에서는 숟가락으로 밥그릇을 식탁에 두고 먹고, 베트남에서는 젓가락으로 밥그릇을 들고 먹습니다. 어느 한쪽이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생활 환경과 역사가 만들어낸 재미있는 차이일 뿐입니다.

요즘은 베트남 가족들과 식사할 때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밥그릇을 들고 먹곤 합니다. 그 모습을 본 아내는 가끔 웃으며 말합니다.

“이제 베트남 사람 다 됐네~”
“20년을 살았는데 이 정도는 기본이지!”

문화의 차이는 거창한 역사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젓가락을 잡는 모양, 차를 마시는 방식, 그리고 밥그릇을 드는 사소한 손짓 하나에도 그 나라 사람들이 오랫동안 쌓아온 삶의 지혜가 녹아 있습니다.

베트남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유명한 관광지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이 식사하는 소소한 일상의 모습도 유심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밥그릇 하나를 들어 올리는 작은 행동 속에서 베트남이 가진 따뜻하고 소박한 일상의 매력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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